카드 배송 보이스피싱 사례, 저도 당할 뻔 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이 정말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솔직히 제가 보이스피싱 같은 걸 당할 리가 없다고 장담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카드배송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 뉴스 기사가 바로 제 얘기가 될 뻔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당신은 명의도용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핑계로 “보이스피싱하기” 기법이었죠! 제 기막힌 제 보이스피싱 후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정말 아찔합니다.

와우! 수법이 어찌나 정교한지… 반전에 반전! 정말 머리를 몇 대 맞은 심정입니다. 최초 전화가 와서 경찰서에 신고까지 초긴장 2시간 반. 집에 돌아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네요. 그래도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정의감으로! ㅎㅎㅎ 

제가 겪은 보이스피싱 사례는 하도 정교하게 설계되어서,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탐정이 된 기분이었을 정도니까요. 좀 길어도 뒤에 엄청난 반전이 있으니 꼭 끝까지 읽어보시고, 이런 못된 머리 쓰는 사람들에게 절대 당하지 마세요! 일어난 사건 순서가 중요해서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순서를 매기고, 읽기 쉽게 써볼게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당신은 명의도용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배송 보이스피싱" 이라는 텍스트 아래로 파란 전화 수화기와 통화중 무늬가 있는 이미지
카드 배송 보이스피싱

1. 카드 배송원이 전화옴

어제 오후에 모르는 번호(010으로 시작)가 걸려왔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로, “신한카드 배송을 위해 연락드렸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신용카드를 신청한 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주소를 물어봤더니 “성동구 광나루길 11길 14”라고 또박또박 말합니다.
제 주소와 전혀 다른 곳이었기에 “저는 그 주소가 아닙니다”라고 했더니,
그녀는 “카드 배송은 취소하고 반납 처리하겠다”라고 말하길래, 제가 “도대체 무슨 카드냐? 하고 물었습니다.

“신한마스터카드가 신규 발급된 것이고,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으니
신한카드 사고예방센터 1544-5539로 전화해 보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무심하고 평범한 배송원의 말투에 의심의 여지는 1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안내 번호까지 ‘1544’로 시작되니까요!

이때까지만 해도, 순진하게, 내 이름과 전화번호가 누군가에게 도용되었다는 사실에만 화를 내고 있었던 거죠!

2. 1544-5539 사고예방센터?

전화를 걸자마자 한 남자 상담원이 바로 전화를 받더라고요. 

(카드사가 이리 바로 전화받을 리가 없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데… 단순히 ‘사고예방센터’니까 빨리 받네라고만 생각했어요.)

제 이름과 생년월일을 물었고, 저는 그대로 답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그는 몇 가지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 유심이 SKT 인가요? – 아니요
  • 삼성폰 사용 중 이신가요? – 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이 두 가지 질문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

그럼 전화번호와 이름등 도용된 것 같다고 몇 가지 안내를 해줍니다. 

  1. 한국 소비자원에 온라인 피해구제 신청 
  2. 삼성 서비스센터 가서 악성코드검사 
  3. 아니면 자기들이 원격으로 확인해 주는 방법이 있다 함.

1번은 잘 모르는 거고, 삼성 서비스센터는 가본 적이 있으니 그걸로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 삼성까지 가서 AS까지 받으려면, 못해도 3시간을 걸리겠다 싶으니 딱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찰나에 3번 옵션 “원격제어!”라는 말을 그들이 쓴 것입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 보이스피싱의 설교한 설계”가 아니겠습니까? ) 

순간 머릿속에 ‘요즘 보이스피싱, 원격 제어로 한다’는 뉴스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원격은 싫다”라고 거절했죠. “요즘처럼 험악한 시대에 누가 원격을 허락하겠습니까?”라며 제가 퉁박까지 주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저는 제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는 중인건 전혀 눈치를 못 챘지요.) 그래도 그는 마지막까지 침착하고 정중하게 안내했습니다.

저는 좀 귀찮아도 속으로는 삼성 서비스센터 가서 악성코드검사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찮게 그 서비스 센터에 직접 방문하는 게 억울하기도 했고, 원격을 권한 게 마음에 걸려 의심을 거둘 수가 없어 소심한 분풀이로 전화받는 분 성함을 물었습니다. 

상담사 최*근 이라고 하더군요. 타격감 1도 없이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난 그들 도움 없이 하려고 작전 시작 했습니다. 우선 처음 안내받은 대로 한국 소비자원에 검색해 접속해 보니. 보이스 피싱 온라인 피해 구제 신청이라는게 바로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이리저리 탐색하다 보니, 거기는 직접 피해를 입은 뒤 하는 거라네요. ㅠㅠ

‘뭐야? 왜 이런 데를 안내해 줬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른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싶어 다음 작전으로 돌입했습니다. 

3. 삼성 전자 서비스센터로 곧바로 고고씽

 업무 시간 끝났을 까봐 부랴부랴 전철을 타고 불광점을 찾아갔습니다. 가는 길에 지도에서 카드배송원이 불러준 주소가 어딜까 하고  ‘성동구 광나루길 11길 14’를 찾아보니 상가빌딩이더군요. 당연히 몇 층, 몇 호라는 상세주소가 있어야 할 텐데 이상하다…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여하튼 삼성 전자 서비스 센터에 도착해서 차분히 제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역시 아무래도 명의 도용 당한 것 같다고 하네요. ㅠㅠ 그런데, 카드회사 상담사가 안내해 준 “그런 악성코드 검사 자체는 없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핸드폰을 초기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원하신다면 바로 해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핸드폰 안의 정보들… 핸드폰을 싹 밀어버리라는 것이잖아요. 아무런 백업도 없이 초기화한다는 게 너무나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거절했고, 그분은 친절하게 보이스피싱 신고센터 118로 바로 연결해 주셨습니다.

118에서도 이것저것 안내를 하고, 핸드폰 갤러리에 혹시 신분증, 여권 있냐(없었어요) 등등 묻더니, 결국은 보이스피싱 당한 것 같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은 따로 없었습니다. 다만 주민증이랑 신분증 다 다시 발급받고, 클라우드에 있는 신분증등도 싹 다 없애라고 하네요.

그걸 다 어떻게? 하며 스트레스 만땅되었답니다. 예방대책 문자를 보내줄 테니 그것을 참고하시라고 합니다.  

까만 박스 안에 명의도용우려 피해예방법이라는 제목의 텍스트가 있음
명의도용우려 피해 예방법

경찰서에 직접 신고하기는 뭔가 좀 꺼려지더군요. 안내된 명의도용 예방법은 공인인증서도 필요하고, 엄청 복잡하고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소득 없이 삼성서비스 센터를 터덜터덜 걸어 나오려다 아무래도 찝찝하고 뭔가 해결안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다시 곰곰이 뭘 해야 하나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혹시 이걸로 인해 2차 피해가 생긴다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카드 배송 주소가 이상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언제, 어떻게 내 카드가 발급되었는지 따져야겠다 싶기도 했어 신한카드로 직접 문의부터 해봐야겠다 결정했습니다. (이 단계를 안 했더라면, 뭐가 문제였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 

 

4. 카드 회사로 직접 전화

이번에는 그 사고 센터가 아니라 내가 인터넷 직접 검색해서 찾아보니 대표번호 1544-7000 이더가구요. 만일 직접 검색을 생략하고, 아까 안내받았던 신한카드 사고예방센터 1544-5539로 전화했다면? 정말 아찔합니다. (누가 그 번호가 가짜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여하튼 검색한 번호로 신한 카드 고객센터에 전화거니 어이구… ARS에,  보이는 문자 서비스, ai 삼당사 연결 등등 …. 계속 뭘 선택하고 번호를 누르라는데… 내 사례는 없고 상담사 연결도 안 되고 왕짜증 올라오기 시작했지요..

아까 그 사고예방 센터 상담사는 단번에 전화만 잘 받던데….(여기가 의심 포인트)

Ai 상담사가 응대하니, 뭐라 해도 엉뚱한 답변만 있어 제 사례에 맞는 걸 선택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 전화연결 실패!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이번에는 신한카드 발급 전화번호로 다시 시도했습니다. 

역시나 자동 응답기 무한반복으로 돌아가고.. 짜증 내다 Ai 상담사가 또 뭐라 뭐라 해서 “상담사 연결“이라고 소리를 질러 버렸어요.

어라, 그랬더니 정말 상담사를 바로 연결해주네요. (이거 꿀팁일세)

이 상담사는 바로 제 집 주소부터 자기가 정확히 말하고 맞냐고 물어본 후, 상담을 진행하네요.

신한카드 상담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

  1. 이런! 내 명의로  카드를 발급된 적이 없다네요! (망치1대) – 카드 발급 되었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었던 거지요.
  2. 배송원에게 안내받은 신한카드 사고예방 센터라는 곳도 없답니다! 1544-5539라는 전화번호도 신한에는 없다는 거죠.(망치 2대 맞음) 그러니까  1544-5539 자체가 보이스피싱 번호였던 것입니다! 
  3. 혹시나 해서 상담사 최*근 대리라는 사람은 진짜 있나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신한카드사에는 없고, 신한은행 직원 중에 최*근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름을 도용한 것 같다 합니다.(망치 3대) 

어이쿠… 이럴 수가!!! 신한카드사와 아주 유사한 전화번호로, 직원 실명까지 도용해서 이렇게 사기를 치려고 하디나! 정말 완전히 털릴 뻔했던 겁니다. 기가 막히네요.  

너무 놀래서 “그럼 어째야 합니까?”라고 물으니,  차분한 목소리의 상담사는 요즘 그런 보이스피싱이 좀 있는 거 같다며, 결국 같은 말이 돌아오네요. 신분증부터 싹 다 새로 발급받으라 합니다. 

망치 3대 맞고 억울해서 멍하니 1분! 도저히 억울해서 안 되겠다 싶어, 드디어 경찰서에 신고하기로 결심했어요.

 

5. 경찰서에 신고

112에 전화하기는 좀 그래서, 182 경찰민원센터에 전화했으나 역시 Ai 자동응답기로 이거 저거 누르다 화 딱지 나서 진짜 경찰서로 갈까 하다가…. 막상 큰 경찰서로 가야 할거 같은데 시간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인정사정 볼 거 없이 112 경찰청에 바로 전화했습니다. 112는 전화 바로 받네요.ㅎ

경찰한테 자초지종을 말하고 배송원 전화번호도 알려주고, 1544-5539도 다 일러 받치니 알았다고만 합니다. 지금 전화하시면 배송원이 전화받을 거라고 4번이나 통화했으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채근했습니다. 그런데 그 카드사 직원보다 훨씬 더 냉정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조심하시고 이제 그 전화나 받지 말라고만 하시네요.ㅠㅠ

그게 다입니까?

네!

그렇다네요. 요즘 보이스피싱 낚시 신종 수법으로 그런 전화 안 받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랍니다. 그 전화 주인을 찾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려면 직접적인 피해 사실이 있어야 하기에 지금 단계에선 어쩔 수 없다며… 굳이 신분증 발급도 꼭 필요하지 않은 단계일 수 있다니!

 후~ ‘이건 뭥미?’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6.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보이스피싱 수법은 정말 정교하고 치밀합니다.

  • 카드사 번호처럼 보이는 발신번호
  • 실제 상담사 같은 말투와 친절함
  • 타당해 보이는 명분(개인정보 도용)
  • 급박하게 상황을 몰아가는 심리전

그럼에도 제가 당하지 않았던 건, “원격 제어를 끝까지 거부”했고, “진짜 고객센터를 통해 최종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절대 혼자서 판단하지 말고, 공식 채널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 이것만이 정답입니다.

카드사라고 해도 믿지 못하고, 배송원도 믿지 못하고, 상담사마저 믿지 못하는 세상인 거죠!!

7. 절대 당하지 않는 3가지 원칙

보이스피싱,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당신도 언제든 당할 수 있습니다.

✅ 절대 지켜야 할 3가지 원칙

  1. 모르는 번호로 카드 배송 전화가 오면 무조건 의심하세요.
  2. 공식 홈페이지나 앱에서 대표번호를 직접 검색해 전화하세요.
  3. 원격 제어, 앱 설치 요구는 무조건 거부하세요.

결론

내가 보이스피싱 문 앞까지 갔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요즘 카드대출이니 사기 대출까지 간다던데 어쩔 뻔했습니까? 나는 정말 보이스피싱이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신한카드사에 전화해서 더블체크 하지 않았으면 나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일부만 알았을 겁니다. 카드사 사칭 이라는 건 전혀 모른 채, 명의도용만 생각해서 새 신분증 만드느라 며칠을 날릴 뻔했지 않았겠습니까? 눈뜨고 코베 가는 세상이 바로 이런 거네요.

그 배달원과 상담원 연기실력이 보통이 아니고. 개연성 있는 필요 소음과 추임새까지 거짓이라 믿기지 않네요. 정말. Sk 유심사태와 문자로 온 링크 클릭이 일으키는 사기문제에 대해 뉴스가 나오니, 그걸 이용해 또 이렇게 신박한 보이스피싱법을 만들다니.. 정말 무서운 세상~

여하튼 이렇게 긴 장광설을 펴고, 굳이 블로그에 쓰는 이유는 소심한 복수이자, 누군든 걸려들어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다들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입니다. 이름 전화번호 주민번호 알려두지 말고, 핸드폰에 신분증 사진 넣어두지 말아야 합니다. 

다행히 그래도 내가 덜 당할 수 있었던 것은 손에 필기구 들고 하나하나 차분히 따졌고. 적었고! 문제가 뭔지 스스로 알아냈다는 것!

여튼 여기까지… 다들 조심하세요. 특히 나요! ㅋㅋㅋ

그들의 머리 쓰는 게 너무합니다. 그렇게 잘 돌아가는 머리를 좋은데 쓰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중요한 예방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 1명이라도 이 글을 통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이 글을 쓴 보람이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 꼭 주변 사람들과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