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롭게 길상사, 도심 속 숨겨진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1)

마음이 어지럽고, 인생이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서울 살이에 숨이 막힐 때,  도심 속에서도 고요한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길상사를 찾습니다. 혼자서 쉴 곳, 갈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 지거든요. 이곳은 단순히 사찰을 넘어, 지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은 분들을 위한 진정한 힐링 공간입니다.

저의 경험을 통해 이곳이 왜 보석처럼 특별한지,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생생하게 들려드릴게요. 자, 그럼 함께 떠나보실까요?

길상사 사진 이미지로, 숲에 있는 수행처에 연등 4개가 걸려있고, 스님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마음의 안식처, 길상사

길상사, 첫 만남 그리고 놀라움

길상사와의 첫 만남은 순전히 법정 스님 때문이었습니다. 30년 전 즈음, 류시화 시인이 엮은 법정 스님의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삶을 이끈 책은 무엇입니까?

누가 저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저는 분명 첫번 째로 이 책을 꼽을 것입니다. 그만큼 제 삶에 이 책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텅빈 충만!’ 이라는 단어에 특히 매료되었었지요. 법정 스님의 정갈한 문장과 철학에 이끌렸습니다. 그 책은 제 영혼의 고향같아서, 마음이 복잡할 때면 늘 찾아 위안을 받곧 했답니다.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그곳에는 스님의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무소유의 맑고 향기로운 풍경!’ 길상사라는 구체적인 장소에 가면 만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부지불식간에 제 마음의 고향으로 낙점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한 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30년이 지나서야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무겁던 어느 날, 저는 드디어 길상사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길상사 입구에 들어섰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북적이는 성북동 주택가 골목 끝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찰이 숨어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마치 다른 차원의 문을 열고 들어선 듯, 순간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맑은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제 귀를 채웠습니다.

맑고 향기로운 길을 따라 걷다

길상사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걷기 좋은 길’입니다. 성북동 마을버스 2번에서 내려 바로 입구로 들어서는데, 통도사나 해인사처럼 숲 속으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입구에 들어서면서, 어디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찰 경내를 따라 이어진 길들은 정갈하게 가꿔진 나무들과 야생화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관광객들도 제법 있는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지만, 그 누구도 제게 말을 걸지 않았죠. 말없이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자연스레 속도를 늦추게 되고, 제 안의 복잡한 생각들도 하나둘 정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곳의 공기는 정말 맑고 향기로웠습니다. 도시의 매연 대신 풀잎과 흙냄새, 그리고 은은한 절의 향이 코끝을 스쳤죠. 저는 잠시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새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지저귐은 제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주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만나다

길상사는 다른 사찰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본래 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이 김영한 보살의 원력으로 법정 스님께 시주되어 사찰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역사의 흔적과 함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설법전 뒤로 한참을 걸어올라가 만난 법정 스님 유물 전시관격인, 진영각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님의 소박한 유품들과 생전의 글귀들을 마주하며,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죠. 화려함 대신 소박함과 정갈함이 깃든 길상사의 모든 요소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해인 수녀님과 나눈 편지와 스님이 쓰신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니, 저 책들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 살아나며 다시 가슴에 잔잔한 기쁨이 흘렀습니다. 세상과 전혀 다른 삶의 의미와 향기를 일깨워 주신 법정 스님의 문장들… 감사의 마음으로 깊은 합장을 올렸습니다.

길상사에서 만나는 힐링의 순간들

길상사는 단순히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방문하여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 고요한 명상 시간: 저는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가만히 앉아 명상을 시도했습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점차 비워지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특히 절 중간 즘에 있는 ‘침묵의 집’에는 텅빈 방에 반가사유상 사진과 방석 3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진촬영 금지라고 쓰여있어,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다른 불교신도들처럼 참선할 줄도 모르고, 그저 방석을 가져다가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 좋았고, 그러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이제 말로만 들어 알고 있던 ‘묵언수행’ 이라는 것을 할 때가 되었나 봅니다. 너무 좋아요.
  • 아름다운 건축물 감상: 길상사의 전각들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극락전과 관음보살상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 같았고, 각 전각이 품고 있는 의미를 되새기며 둘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절과는 달리 좀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 곳이 유명한 요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생들이 옷갈아 입던 곳이 스님들이 수행하는 수행처라는 사실이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더군요.
  • 관음보살상과 아름다운 조각상들:어찌보면 관세음보살이라기보다는 성모마리아처럼 보이는 특별한 조각상이 눈에 띕니다. 천주교 신사인 조각가 최종태씨의 작품으로 종교간 화해의 염원이 담겼다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이외에도 조금씩 독특한 조각상들이 곳곳에 있어서 눈길을 끄는데, 묘하게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작품들입니다.
  • 점심공양: 12-1시 사이에 지장전 1층 공양간에 들르면 아주 소박한 비빔밥과 콩나물국으로 점심을 드실 수 있습니다. 기부를 할 수 도 있지만, 따로 돈을 받지 않더군요. 다만, 음식을 남기면 환경보호를 위해 5천원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을뿐. 왠지 맛있는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이토록 정갈하고 소박한 점심 한 그릇 공양이 너무나 길상사 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 다도 체험: 미리 예약하면 다도 체험을 통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쉽게도 체험하지 못했지만, 공양간이 있는 지장전 2층에는 찻집이 있습니다. 원래는 서점이었던지 찻집 한켠에는 법정 스님 책과 각종 불교 서적이 놓여있습니다. 저는 전통차 대신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소박한 저의 절 집 나들이를 음미했습니다.
  • 템플스테이 (선택 사항): 좀 더 깊은 체험을 원한다면 템플스테이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사찰 생활을 경험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보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사전 예약은 필수이며, 길상사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방문 팁

길상사는 조용하고 편안한 방문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 대중교통 이용이 최고: 주차 공간이 매우 협소하여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성북 02번을 타면 길상사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버스 배차 간격이 짧아 기다림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저는 성북 03번을 타서 20분 정도 골목골목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왠지 그것도 좋더라고요.^^
  • 복장은 편안하고 단정하게: 사찰은 수행 공간이므로, 너무 짧거나 노출이 심한 옷보다는 편안하고 단정한 복장이 좋습니다.
  • 조용한 분위기 유지: 다른 방문객들과 수행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뛰어다니는 행동은 삼가주세요. 대부분, 저처럼 조용한 느낌을 원해서 온 것일 테니까요.
  • 사진 촬영은 조심스럽게: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것도 좋지만, 수행 중인 분들이나 다른 방문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해야 합니다. 특히 법당 내부에서는 촬영은 가급적 하지 않는게 예의입니다.
  • 여유로운 시간 확보: 길상사는 단순히 휙 둘러보고 갈 곳이 아닙니다. 최소 3시간 이상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으며 사찰의 분위기를 느끼고,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보세요. 가끔씩 특별 법문도 준비되어 있으니, 홈페이지를 보시고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 법문도 듣고, 점심 공양도 하고, 차도 한 잔 하고, 침묵의 집에서 그냥 가만히 앉아도 있어보고……

길상사는 제게 단순한 사찰을 넘어,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잃어버렸던 마음의 평화를 되찾게 해준 특별한 공간입니다. 물론, 순수한 자연을 만날 수 있었던 코타키나발루의 반딧불 투어 같은 여행지도 좋지만. 여기는 또다른 맑음과 청정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답니다.

맑고 향기로운 공기를 마시며 고즈넉한 길을 걷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지쳤던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복잡한 일상에 지쳐 잠시 쉼표가 필요할 때, 길상사에서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다음 힐링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댓글로 공유해주세요!